Dirk Fleischmann『Real Estate』

대안공간 풀 2007 기획초대展   2007_0223 ▶ 2007_0320 / 월요일 휴관

Dirk Fleischmann_Real Estate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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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223_금요일_06:00pm

기획_조선령 진행_문예진_장윤주

관람시간 / 11:00am~07:00pm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구기동 56-13번지 Tel. 02_396_4805 www.altpool.org

독일에서 온 작가 디륵 플라이쉬만은 대안공간 풀과 '부동산 거래'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무슨 부동산이 있으며 도대체 어떻게 판다는 거죠? 2007년 2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유쾌한 봉이 김선달식 상거래 현장을 목격하시게 될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체제의 시대, 미술의 존재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 대안공간 풀의 전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Dirk Fleischmann_Real Estate_2007

디륵 플라이쉬만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일종의 "1인 기업"프로젝트들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혼자 경영하는 유사기업'인데요, 지금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학교시절 복도에 설치했던 음료 자판기 사업에서부터 시작해서 키오스크(간이 판매대), 비스트로(간이 음료가게), 닭사육, 차 렌탈, 태양열 발전사업 등등이 그것들입니다. 이 프로젝트들은 미술과 전시장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징적 시뮬레이션이기도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야말로 '사업'입니다. 작업과 생존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작업 자체가 생존방식인 셈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시스템을 가장 단순한 형태로 모방하는 것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것과 분명한 차이를 갖습니다. 잉여가치의 창출을 목표로 하는 현실 자본주의의 원리와는 달리 그의 사업은 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수익을 다음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재투자하며, 그래서 전혀 성장이나 팽창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현실의 논리 속에서 미술이 의미론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실험에 가깝습니다. 프로젝트들을 지속할 수 있는 물질적 동력은 전 프로젝트의 결과물에서 나오며, 상징적 동력 또한 그렇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프로젝트들은 서로 연결되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자본'이나 '투자'의 의미는 삶의 모든 것을 추상적이고 익명적인 장 속으로 해소해버리는 현실 자본주의 논리와는 달리 개인의 역사가 기록되는 구체적인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의 '1인 기업'은 철저하게 혼자 하는 사업으로, 이 연대하지 않는 개인적인 작업방식이 오히려 연대성이 가져올 부작용으로부터 프로젝트를 방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의 작업을 자본주의 속에서 일종의 '대안적 삶'을 창조해내는 작업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이것은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가해지는 저항이나 해체의 전략과는 다릅니다. 그는 개인적인 영역이 사회적인 영역과 어떻게 특수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 것이지 단순히 사회에 대항하는 개인이라는 구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관심사는 그보다 더 생산적인 곳에 가 있습니다. 그것은 주변에서 이용 가능한 것들을 가지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맥가이버식 창조전략입니다.

Dirk Fleischmann_Kiosk_2000~4
Dirk Fleischmann_sola power production_2004~7

1-2년 전부터 그는 좀더 글로벌한 경제체제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독일에서 전 유럽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그리고 다시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그는 월드 와이드 웹과 초국적 기업으로 상징되는 전지구적인 글로벌 경제체제 대한 언급으로 관심을 확장시킵니다. 특정 장소나 작은 지역에 설치되는 키오스크 같은 작업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사업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초국적 자본의 이동과 같은 거대한 사업이 가난한 작가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닐까요? 그러나 그는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우리가 최소한의 자본과 물질적 기반으로 얼마든지 전지구적인 규모의 사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나의 제국』(2004-6)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태양열 발전사업과 실시간 인터넷 스트리밍을 결합하여, 오직 한 명의 국민으로 구성된 '제국'을 만들었는데, 이 제국의 영토는 인터넷이 가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건 해당되는고로, 결국 세계 전체를 자신의 소유물로 선언하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것은 21세기의 네티즌들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합니다. 제국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제국의 정권을 교체하는 전략인 것입니다.

Dirk Fleischmann_my Empire_2006

디륵 플라이쉬만의 작업이 갖는 특징 중 또 하나는 그가 미술이라는 장을 떠나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들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미술의 매체를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물질적인 의미의 매체가 아닌 것을 '툴'삼아 작업을 하지만, 툴을 사용하는 스킬은 어디까지나 미술가의 그것입니다. 그의 작업 속에서 미술은 전시장의 '한계'를 뛰쳐나와 인터넷이라던가 경제체제라던가 하는 곳으로 대거 이동해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모더니즘적 숭고미의 형식을 가진 인터넷 스트리밍 영상이 보여지기도 하고 닭 사육자가 키운 닭들의 사진이 전통 초상화 스타일로 전시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느 프로젝트성/개념적인 작업과는 달리 그의 작업에서 전시장은 다큐멘트를 진열하는 도서관이나 아카이브 같은 사후적 역할만을 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 자체의 의미를 갖는 곳입니다. 화이트큐브나 파인아트의 코드들은 현실과 미술이 상호작용하고 서로를 엮어내는 일종의 전이지대의 역할을 합니다. 그는 미술과 현실이 그야말로 '직접'만나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존재나 조형적 코드라는 상징적 기호들은 미술이 현실과 연결되는 일종의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이런 관심사는 이번『Real Estate』프로젝트에서도 발견되는데, 이것은 2005년의 개인전『Black Cat』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Black Cat』에서 그는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완전히 다른 용도로 바꾸는 작업을 했었거든요.

Dirk Fleischmann_Black Cat_2005
Dirk Fleischmann_Black Cat_2005
Dirk Fleischmann_Black Cat_2005

이번 대안공간 풀에서 열리는『Real Estate』프로젝트에서는 그가 한국에 와서 벌이고자 하는 새로운 사업이 소개됩니다. 한국의 부동산 열풍을 감지한 듯 이번에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집니다. 구기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풀 건물, 좋지 않습니까? 아직 구기동은 전형적인 강북지역의 동네로 보이지만 잠재력 있는 곳입니다. - 는 농담이고, 암튼 디륵 플라이쉬만은 대안공간 풀과 부동산 거래를 하고자 합니다. 풀 측과 작가의 협상력 여하에 따라서 이 거래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플라이쉬만은 또한 이 전시를 통해 다음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수익을 남기고자 합니다. 거래현장은 오프닝날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잘 되면 한국에 눌러앉을 수도 있다는 군요. ■ 조선령

Vol.20070217b | Dirk Fleischmann『Real Estate』展